지난 21일,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이 한화-KAI 이슈에 대해 입을 열었습니다.
완제기와 엔진 협력이 K방산 경쟁력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취지였는데요.
다만 단서를 달았습니다. 지분 확대가 시장 지배력으로 이어지는지는 별도로 살피겠다는 겁니다.
방산물자 지정 제도 자체도 다시 들여다보겠다고 했습니다.
"K방산 경쟁력 확보엔 긍정적이나, 지배력 확대는 면밀히 살피겠다."
'지배력 확보 수준 아니다'라는 판단, 지분으로 재보면
공정위는 지난달 31일 한화의 KAI 지분 취득을 승인하면서 이렇게 판단했습니다. 근거는 숫자입니다.
한화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9.90%, 한화시스템 4.98%, 한화에어로스페이스USA 1.01%를 합쳐 총 15.89%를 쥐고 있는데요.
KAI 최대주주는 26.41%를 가진 한국수출입은행이라, 한화는 그 뒤를 잇는 2대 주주일 뿐입니다.
여기에 국민연금까지 더하면 격차는 더 벌어집니다.
수출입은행과 국민연금을 합친 지분율은 35.16%로, 한화(15.89%)와는 약 19.27%포인트 차이가 납니다.
공정위가 "지배력 확보 수준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은 것도 이 격차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지분, 8개월 만에 4.8배로 불었다
문제는 속도입니다. 한화의 KAI 지분은 지난해 12월까지만 해도 3.32% 수준이었습니다.
존재감이 크지 않은 소액주주였던 셈이죠.
올해 들어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8월 초 12.44%까지 뛰었고, 8월 말에는 15.89%로 올라섰습니다.
지난 5월 지분 보유 목적을 '단순투자'에서 '경영참여'로 바꾼 뒤 벌어진 일입니다.
3.32%에서 15.89%, 계산하면 약 4.8배입니다. 8개월 사이 벌어진 변화치고는 결코 느린 속도가 아닙니다.
지배력은 아직 아니어도, 속도만 보면 지켜볼 이유는 충분해 보입니다.

KAI·LIG D&A 노조가 걸고넘어지는 지점
지분 숫자만 보면 아직 여유가 있어 보이지만, 현장 반응은 다릅니다.
KAI 노조와 LIG 디펜스&에어로스페이스(LIG D&A) 노조는 지난 14일 공동성명을 냈는데요.
두 노조를 합치면 조합원만 1만1000명입니다.
이들이 걱정하는 건 지분율 자체보다 사업 구조입니다.
한화는 이미 항공엔진·항공전자·레이더·유도무기·우주위성까지 방산 전 분야에 발을 걸치고 있습니다.
여기에 완제기를 만드는 KAI까지 영향권에 들어가면, 항공 플랫폼부터 엔진·항전·무장·우주까지 한 기업집단에 쏠릴 수 있다는 게 노조의 주장입니다.
KAI는 국내 여러 방산업체의 무장·항전장비·부품을 항공기에 통합하는 체계종합기업이기도 합니다.
노조는 이 위치가 특정 기업에 넘어가면 계열사 제품이 우선 채택되고, 경쟁사는 기회를 잃을 수 있다고 봅니다.
"K-방산의 경쟁력은 독점이 아니라 경쟁과 협력에서 나온다"는 게 두 노조의 공동 입장이었습니다.

한화가 스스로 그은 선은 지켜질까
한화도 이 우려를 모르지 않습니다.
공정위 승인 당시 한화 측은 수출입은행보다 많은 지분을 취득할 의사가 없다고 밝혔습니다.
정부의 KAI 민영화 방침이 정해지면 그에 따르겠다는 입장도 함께였는데요. 다만 이건 어디까지나 한화 측 설명입니다.
민영화 방침 자체가 아직 정해지지 않은 상태라, 이 선이 언제까지 유효할지는 두고 볼 문제입니다.
연말까지 최대 15.64%까지 지분을 늘릴 계획이 있었다는 보도도 앞서 나온 바 있습니다.

숫자로 정리하면
지금까지 나온 숫자를 다시 세워보면 이렇습니다.
한화 15.89%, 최대주주 수출입은행 26.41%, 정부기관 합산 35.16%.
아직은 지배력 단계가 아니라는 공정위 판단, 숫자로는 맞습니다.
다만 8개월 만에 4.8배로 불어난 증가 속도, 그리고 1만1000명 노조가 낸 공동성명은 숫자 밖의 변수입니다.
앞으로 지분이 어디까지 늘어나는지가 다음 관전 포인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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