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스피가 또 흔들렸습니다.
14일 하루 만에 3.26% 급락한 데 이어, 이틀 사이 코스피·코스닥 합산 시가총액이 300조원 가까이 사라졌습니다.
코스피 시가총액 급락이라는 말이 다시 검색창에 오르내리는 이유인데요.
그런데 이 정도면 정말 역대급 폭락이라 부를 만한 수준일까요.
2거래일 300조 증발, 다시 무너진 6천조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코스피·코스닥 합산 시가총액은 두 거래일 만에 약 300조원, 5% 가까이 줄었습니다.
이 여파로 6000조원 선도 다시 무너졌습니다.

14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225.54포인트(3.26%) 내린 6,684.37로 마감했습니다.
지난 10일부터 3거래일 연속 하락입니다.
외국인이 3조2,995억원, 기관이 1조1,714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내렸습니다.
매도는 유독 반도체 대형주에 집중됐습니다.
삼성전자는 4.05% 내린 24만9,000원으로 25만원선을 내줬습니다.
SK하이닉스도 6.35% 떨어진 169만7,000원을 기록했습니다.

'AI 속도조절론', 정확히 무슨 얘기였나
이번 급락을 이끈 세 번째 악재로 꼽힌 게 'AI 속도조절론'인데요.
앤트로픽의 다리오 아모데이를 비롯해 올트먼, 머스크 등 AI 업계를 이끄는 인물들이 AI 개발 속도를 늦출 필요가 있다는 데 목소리를 같이했습니다.

AI 산업의 성장 속도에 대한 기대가 흔들리자, 그 기대를 먹고 자란 반도체주가 먼저 반응했습니다.
14일 외국인은 SK하이닉스를 2조652억원, 삼성전자를 8,482억원어치 팔았습니다.
여기에 국제유가 반등과 미국 기준금리 인상 경계까지 겹쳤습니다. 언론은 이를 '삼중고'라 불렀습니다.

이번 낙폭, 역대급인가 — 3월·코로나와 숫자로 대보면
300조원만 보면 크게 느껴지지만, 과거 급락과 나란히 놓아 보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지난 3월 이란전쟁이 터졌을 때는 하루 만에 574조4,860억원이 증발했습니다.
당시 코스피 시가총액은 전날 4,769조4,330억원에서 4,194조9,468억원으로 줄었습니다.
이틀로 넓히면 감소액이 1,000조원을 넘었고, 코스피 하락률은 9·11 테러 때보다 높았습니다.
3월 하루 낙폭 574조원과 견주면, 이번 이틀치 300조원은 3분의 1 수준입니다.
코로나19 '검은 월요일' 때도 짚어볼 만한데요. 그날 코스피·코스닥 합산 시가총액 감소액은 약 67조6,782억원이었습니다.
이번엔 이틀에 300조원, 하루로 나누면 약 150조원씩 빠진 셈입니다.
코로나 때보다 하루 평균 속도는 두 배 가까이 빨랐지만, 절대 규모는 3월 사태에 한참 못 미칩니다.
1년 내내 반복된 6000조 줄다리기
이번 급락이 낯설지 않은 이유가 있습니다. 국내 증시 시총은 올해 초부터 6000조원 선을 두고 계속 오르내렸습니다.

1월 처음 4000조원을 넘긴 뒤, 4월 27일에는 코스피가 6600선을 뚫으며 시총이 사상 처음 6000조원을 돌파했습니다.
5월 11일에는 7000조원까지 넘어섰습니다.
7월 8일 코스피가 5% 넘게 급락하며 7,200선이 무너졌고, 시총도 약 5,931조원으로 6000조원 아래로 내려왔습니다.
그러다 8월 13일 '삼전닉스' 활황에 코스피가 6800선을 회복하며 시총도 6000조원대를 되찾았습니다.
9월 2일에는 중동발 악재로 코스피가 4% 급락해 6500대로 밀리며 시총이 5,866조원으로 줄었습니다.
이번 300조원 증발로 6000조원 선은 또 흔들리고 있습니다.
지금 지수는, 다음 변곡점은 FOMC
14일 종가 기준 코스피는 6,684.37입니다.
3거래일 연속 하락한 뒤라 시장은 이번 주 변동성에 더 민감해진 상태입니다.
이번 주 예정된 미국 9월 FOMC가 다음 분수령으로 꼽힙니다.
CME 페드워치에 반영된 9월 금리 인상 확률은 약 90%까지 높아졌습니다.
다만 시장 일각에서는 '미국 금리 인상=악재'라는 공식이 이번엔 깨질 수 있다는 시각도 나옵니다.
여기서 갈리는 지점은 이 인상을 새 악재로 볼지, 이미 다 반영된 재료로 볼지입니다.

결국 올해 내내 반복된 변동장의 연장선
이번 300조원 증발은 3월 이란전쟁이나 코로나 검은 월요일만큼의 역대급 기록은 아닙니다.

다만 하루 평균 감소 속도로 보면 가볍게 볼 낙폭도 아닙니다.
1월 4000조에서 5월 7000조, 7월 붕괴, 8월 회복, 9월 재붕괴까지—올해 코스피는 한 방향으로만 가지 않았습니다.
저라면 이번 급락도 그 롤러코스터의 연장선으로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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