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아파트를 보러 다니다 보면 요즘 이런 얘기를 자주 듣습니다.
매매가는 2000만원밖에 차이 안 나는데, 필요한 현금은 2억원이나 더 든다는 겁니다.
15억원을 기준으로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6억원에서 4억원으로 뚝 떨어지기 때문인데요.
이 15억 벽 하나 때문에 서울 아파트 시장이 지역별로 완전히 갈렸습니다.
서대문 거래 116% 늘고 송파는 반토막
한국부동산원 집계를 보면 지난 7월 서울 아파트 매매는 9465건으로, 1년 전 1만2448건보다 크게 줄었습니다.
그런데 자치구별로 뜯어보면 흐름이 완전히 반대입니다.

서대문구는 지난해 331건에서 올해 717건으로 늘었습니다. 116.6% 증가한 수치인데요.
동작구도 398건에서 792건으로 99%, 중랑구는 276건에서 532건으로 92.8% 늘었습니다.
반면 고가 아파트가 몰린 지역은 분위기가 정반대입니다. 송파구 거래는 63% 줄었고, 강남구도 55.9% 감소했습니다.
그래프로 보면 왜 강남을 떠나 서대문으로 몰렸는지 한눈에 들어옵니다.
15억원 밑에 있는 매물이 많은 동네로 실수요가 옮겨간 셈이죠.

15억 넘으면 대출이 4억으로 줄어드는 구조
이번 흐름의 핵심은 15억원이라는 경계선입니다. 15억원 이하 주택은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최대 6억원까지 나옵니다.
그런데 15억원을 단 1000만원이라도 넘는 순간 한도는 최대 4억원으로 줄어듭니다.
6억에서 4억, 2억원이 그대로 사라지는 겁니다.
숫자 하나 차이로 대출 한도가 이렇게 갈리니, 매수자 입장에서는 15억원을 넘기고 싶지 않을 수밖에 없습니다.
경계선 언저리 아파트일수록 호가를 낮춰서라도 15억 밑으로 맞추려는 움직임이 나오는 것이고요.
2000만원 비싼데 현금 2억 더 드는 이유
15억원짜리 아파트와 15억2000만원짜리 아파트를 견줘 보면 이 구조가 분명해집니다.
매매가는 2000만원 차이지만, 대출 가능액은 6억원과 4억원으로 2억원이나 벌어집니다.
결국 15억2000만원짜리 집을 사려면 대출은 2억원 적게 받으면서 집값은 2000만원 더 냅니다.
준비해야 할 현금이 2억2000만원이나 늘어나는 셈입니다.
“2000만원 비싼데 현금 2억 더 내라니요?”
실수요자 입장에서는 억울할 만한 구조입니다. 집값 차이는 크지 않은데, 현금 부담은 통째로 달라지니까요.
6억 문턱에서도 있었던 일
이런 문턱 효과가 15억원에서만 벌어지는 일은 아닙니다.
6억원을 기준으로 우대 대출이 갈리는 구간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습니다.
시가 5억9000만원짜리 주택은 본인 자금이 약 2억원이면 됐지만, 6억1000만원짜리 주택은 3억원이 필요했습니다.
집값 차이는 2000만원인데, 필요 자금 차이는 1억원이나 났던 겁니다.
경계선 하나를 넘느냐 마느냐에 따라 필요한 현금이 크게 뛰는 건 6억 구간이나 15억 구간이나 다르지 않습니다.
토지거래허가제까지 겹친 서울 아파트
여기에 서울 전역에 적용되는 토지거래허가제까지 맞물려 있습니다.

대출 한도는 줄고 거래 절차까지 까다로워지니, 자금 여유가 있는 사람이 아니면 고가 아파트에 접근하기가 더 어려워졌습니다.
그 결과가 서대문·동작·중랑처럼 자금 부담이 상대적으로 작은 지역으로 실수요가 옮겨가는 흐름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규제 효과와 남는 걱정
가계부채를 관리하겠다는 취지 자체는 이해할 만합니다. 초고가 주택으로 자금이 몰리는 걸 막겠다는 목적이니까요.

다만 15억이라는 경계선 하나 때문에 2000만원 차이로 2억원을 더 구해야 하는 상황은 실수요자에게 꽤 가혹합니다.
경계선 바로 위에 있는 집들만 억울하게 거래가 끊기는 부작용도 지켜볼 대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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