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연패에 빠진 한화 이글스, 그 와중에도 눈길을 끈 장면이 있었습니다.
9월 23일 대전 롯데전, 1루수로 나선 강백호가 연달아 호수비를 보여준 겁니다.
그런데 강백호는 원래 지명타자로만 뛰던 선수였는데요, 왜 갑자기 1루 미트를 꼈을까요.
알고 보면 이 복귀에는 꽤 긴 사연이 붙어 있습니다.
3회 만루 캐치-토스, 8회 연속 땅볼-홈송구, 9회 병살까지
강백호는 이날 1루수 겸 4번타자로 선발 출전했습니다.
3회초 한 점 차 2사 만루 상황에서는 파울라인 쪽으로 빠지던 타구를 그대로 낚아채 투수에게 토스했습니다.
안타가 됐다면 싹쓸이까지 갈 수 있던 타구였습니다.

8회초 무사 만루 위기에서도 침착했습니다.
연속 땅볼 타구를 두 번 처리한 뒤 홈으로 송구해 주자를 잡아냈고, 마무리 투수 브루스 짐머맨을 살렸습니다.
9회초 경기를 끝낸 병살타 역시 강백호의 수비에서 시작됐습니다.
긴장을 많이 하진 않았다. 그냥 사고 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었다
왜 갑자기 1루수로 돌아왔나
이날까지 강백호가 1루수로 선발 출전한 건 올 시즌 4번째였습니다.
시작은 지난 15일 KT전인데요, 주전 1루수 김태연의 손가락 통증 때문에 처음으로 1루 미트를 꼈습니다.

강백호의 마지막 1루수 선발은 2023년 5월 14일 수원 롯데전이었습니다. 무려 1220일 만의 복귀였던 셈입니다.
그런데 이게 갑작스러운 즉흥 기용은 아니었습니다.
김경문 감독은 지난 2월 오키나와 WBC 평가전 직후부터 '강백호는 1루 수비만 맡길 것'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21일과 23일 평가전에서 강백호는 까다로운 바운드 처리와 다이빙 캐치까지 선보이며 이미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습니다.
스프링캠프를 거치며 포지션을 1루수로 굳혀가는 흐름이었던 거죠.
사실 계약 때부터 '수비 불안' 꼬리표가 있었다
그래서 이번 호수비가 더 화제가 되는 이유가 있습니다.
강백호가 한화와 FA 계약을 맺을 당시, 이 계약에는 '수비 안 되는 FA 야수에게 100억원 베팅'이라는 표현이 붙었습니다.
외야와 1루, 포수를 오가면서도 고정 포지션을 잡지 못했다는 게 그 이유였습니다.
타격은 의심할 여지가 없었지만, 수비만큼은 물음표가 따라다녔던 겁니다.
지난해 11월 20일 한화가 발표한 계약 조건은 4년 최대 100억원이었습니다.
구성은 계약금 50억원·연봉 30억원·옵션 20억원이었고요.
강백호 FA 계약 조건
| 계약 기간 | 4년 |
|---|---|
| 총액 | 최대 100억원 |
| 계약금 | 50억원 |
| 연봉 | 30억원 |
| 옵션 | 20억원 |
| 계약 발표일 | 2025년 11월 20일 |
그런데 2020~2021년엔 골든글러브 수상자였다
여기서 짚고 넘어갈 게 있습니다.
강백호는 KT 시절이던 2020년과 2021년, 2년 연속 1루수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경력이 있습니다.
풀타임 1루수로 뛴 첫 해였던 2020년에는 1064이닝을 소화하며 수비율 0.991, 실책 단 10개라는 준수한 기록을 남겼습니다.
'수비 안 되는 선수'라는 딱지와는 꽤 거리가 있는 성적표입니다.
강백호 2020년 1루수 수비 기록(골든글러브 수상 시즌)
| 소화 이닝 | 1064이닝 |
|---|---|
| 수비율 | 0.991 |
| 실책 | 10개 |
| 자살 | 1056개 |
| 보살 | 75개 |
| 수상 | 2020·2021년 1루수 골든글러브 |

그러니까 강백호는 원래 수비가 안 되는 선수가 아니라, 최근 몇 년간 기회가 없었던 선수에 가깝습니다.
본인 스스로도 이렇게 말합니다.
실전 출전 기회가 없었을 뿐, 내야 수비 훈련은 본인이 제일 많이 했다
9연패에 빠진 한화, 가을야구는 이미 무산됐다
정작 강백호의 호수비가 나온 날, 한화는 롯데에 5대9로 패하며 9연패에 빠졌습니다.
이 경기 전까지 이미 8연패였고, 결국 이날 패배로 올 시즌 5강 진입 실패까지 확정됐습니다.
지난해 한국시리즈 준우승까지 갔던 팀이라 더 아쉬운 결과입니다.
강백호와 함께 외국인 타자 요나단 페라자까지 다시 데려오며 타선은 더 강해졌지만, 정작 무너진 건 마운드였습니다.
지난해 선발진을 지탱했던 코디 폰세와 라이언 와이스의 공백을 메우지 못했습니다.
김서현과 정우주 등 젊은 투수들의 제구 불안도 시즌 내내 이어졌고요.

강백호는 여전히 포수가 더 좋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강백호는 앞으로도 계속 1루수로 나올까요. 본인 얘기를 들어보면 꼭 그런 것 같지만은 않습니다.
강백호는 '지명타자만 하는 게 정말 어렵다. 보이지 않는 디테일한 것들이 많다'고 했습니다.
'몸은 힘들어도 마음은 1루수가 편하다'는 말도 덧붙였고요.
사실 난 포수가 더 좋다. 포수가 재미있다. 내가 갖고 있는 장점을 더 많이 보여줄 수 있다
웃으며 던진 말이지만, 은근한 진심이 느껴지는 대목입니다.
한화가 이번 호수비를 계기로 강백호를 계속 1루수로 쓸지, 지켜볼 부분입니다.
여러분은 강백호가 어느 자리에서 가장 오래 보고 싶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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